본문 바로가기
맛있는 이야기

오늘의 요리사 막내아들에게 짜증내고 사과한 이야기

by 삔녀 2021. 2. 9.
728x90
반응형


오늘 저녁은 아들이 본인 손으로 해먹겠다고 나섰다.

https://m.blog.naver.com/namcjf/222238101308

햄이 그릇 가득한 비빔밥

​안녕하세요 짱구엄마삔녀 입니다.​오늘은 막내아들이 요리를 하겠다며 나섰네요~​오늘의 요리사 김**입...

blog.naver.com


터프하게 방에서 나오더니 스팸을 꺼내고 계란을 꺼내며 식용유를 찾는다.

"뭐할건데?"
"유튜브에서 본건데 한번 해보려고요"
"그래그래 해봐"
"엄마는 간장 2와 설탕 1로 소스 를 좀 만들어주세요"

그정도쯤이야.
자기밥 자기손으로 해먹겠다는데 뭐든 Okey~~

알러지로 몸 상태가 영 메롱인 나는 그냥 다 고마웠다.
설겆이를 하는 동안에도 줄줄흐르는 콧물에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없었다.
코는 막히고 콧물은 흐르고 설겆이는 해야겄고..

요리를 한다고 나선 아이는
"엄마 식용유 어디 있어요?"
하더니 알려주니 못찾고 어디?어디?한다.
"왼쪽 왼쪽에 있잖아!"하고 짜증이 섞인다.

코를 좀 풀고 설겆이를 미뤄도 될텐데 기어이 같이 하면서 짜증을 내고 만다.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면서 짜증을 부리는 나쁜 행동이 사라진줄 알았더니 물밑에 가라앉아 있어 없어진것처럼 안 보였을뿐 외부의 요인으로 물이 흔들리면 다시 떠오르는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어릴때 내 엄마는 무서웠다.
화와 짜증이 가득해서 건드리면 터질듯한 모습이어서 다가가기도 무서웠었다.
그럴수밖에 없기도 했는데, 남편은 술만 먹으면 보름정도 내리먹으며 식사는 거의 하지않았다. 동네 슈퍼에서 외상으로 술을 받아 드셔서 외상값이 쌓였고 의처증세가 있어 장사하며 외간 남자를 보고 웃었다고 욕하고 때렸다.
엄마의 오직 한명뿐인 귀한 아들은 항상 아버지와 싸움의 원인이었다. 아버진 오빠가 맘에 안들어 욕을 하고 엄마는 오빠를 욕하는 아버지가 맘에 안들어 욕했다. 서로 불꽃튀는 싸움과 욕설의 전쟁터였다. 그러다가 재털이가 날아다니고 손에 잡히는 모든것들이 무기가 되었었다.

하루종일 시장바닥에서 생선을 파느라 손은 꽃게에 물리고 새우에 찢기고 바닷물에 퉁퉁부었고 거친 시장상인들 틈에서 살아남느라 악을 쓰며 이를 악물고 버티던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는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나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새벽 3~4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받은 생선을 다 팔고 들어오려고 얼마나 몸부림치셨을까.
집에가서 손발씻고 밥먹고 쉬고싶은 마음뿐이었을것 같다.

현실은 딸들이 치운다고 치워놓은 집은 헛점 투성이.. 도대체 뭘 치웠는지 모르겠고 남편은 술에 쩔어 있던지 동네 사람들과 싸움을 걸고있던지 싸움꺼리를 찾고 있었으니 짜증이 얼굴과 온 몸으로 퍼져 나올수 밖에 없었겠지.

엄마의 짜증스런 모습과 말과 행동이 얼마나 우리를 위축시켰는지 잘 알기에 나는 우리 애들에게 그러지 말아야지 했었다.
엄마랑 똑같은 나를 발견할때 나는 절망스럽다.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감사일기를 쓰고 꾸준히 운동하고 새벽기상하며 나는 달라졌다고 믿었다.

사실은 달라진것은 없었던거다.
내 속에 내가 깊이 가라 앉아 있었을뿐이었다. 조그마한 자극에도 우선순위를 분간하지못하고 온몸으로 짜증을 표출하는 내 모습이 정말 실망스러워서 눈물이 난다.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버리더니 다시 나와서 한입씩 먹여준다.
"오~ 맛있네~~"
맛있었다. 스팸을 먹지 않는 나는 계란과 밥을 먹여주고 아빠에겐 스팸과 계란과 밥을 한숟가락 크게 떠서 주는데 단짠단짠한 맛이 좋았다. 양조간장과 설탕의 단맛이 잘 어울리게 엄마가 소스를 잘 만들어서 그렇다고 자랑질을 했다.

운동을 나가려다가 아들 방으로 들어갔다.
내 엄마는 못했지만 나는 할수있는것을 해야했다.

바로 사과하는것.

아들은 자기 손으로 해내고 짜잔~하고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런데 엄마가 짜증을 내면서 화난 목소리로 소리치면서 마치 유튜버가 시키는대로 생각없이 따라하는 애로 만드는것 같아 자기도 너무 화가났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ㅇ ㅇ아, 엄마가 미안해. 내 눈에는 후라이팬이 달궈지면서 연기나는것이 보였고 그게 위험하게 여겨졌기에 소리가 커지고 짜증을 내게 됐어. ㅇㅇ가 유튜버의 말만 듣고 엄마말은 안듣는다고 생각해서 너를 속상하게했네.. 미안해"

짜증이 날수도 있다.
일이 힘들수도 몸이 아플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순간 뭐가 더 소중한지를 생각한다면 짜증보다는 응원과 용기를 줄수있을것 같다.
나를 인정하고 나를 벌거벗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짜증이 난다면 손에 들고있는것을 내려놓고 집중해보자.
너무나 소중한 내 가족이기에..
더 사랑하고 집중하자.
그깟 설겆이 나중에해도 되잖아!!


#한달쓰기 #한달어스 #아들이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