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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비가오는 아니 눈이오는 날 김치전을 굽는다

by 삔녀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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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을 아주 좋아한다.
특히 김치전.
예전엔 전집을 할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자격증을 따고 실전을 쌓느라 근무한 s사의 푸드코트에서 내 꿈이 산산조각 나기 전까지의 일이다.

비가오면 전이 먹고싶다.

내가 국민학교시절
엄마는 바닷가 시장에서 생선장사들 했다.
새벽 3~4시에 나가서 오전 장사를 바닷가의 종합시장에서 하시고 집에 와서 잠깐 점심을 드시고 중앙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까지 장사를 하신후 집에 오시면 늦은 저녁을 드셨다.

늘 장사를 하느라 집을 비우신다는것을 알면서도 나는 집에 오면 "엄마"를 불렀었다.
아무도 없는것을 알면서 왜 불렀을까..

그러다
비기오면 달랐다.
비가 오는날이면 학교 정문앞에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가족들이 많았지만 우리 부모님은 한번도 그 자리에 없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일부러 비를 맞으며 천천히 걸었다.
가게 아저씨는 처마밑에서 피를 더 맞고 천천히 걷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시기도 했었다. 슬픈 노래를 흥얼거리며 눈물 한방울도 흘려주었다.

비가 오는 날 집에 들어가며 나는 평소처럼 크게 외친다.
"엄마"
"........."
"엄마없나?" 없나? 할때
"아이고.. 비를 와 이리 맞았노.. 춥겄다"
엄마의 목소리.. 엄마가 계신 유일한 날이다.
비오는 날이면 엄마는 장사를 못하시기에 집에 계신다.
난 그것을 본능적으로 노린것이다.

학교까지는 못 오시지만 쉬시는 날 엄마는 우리가 집에 오는 시간에 맞춰 술빵도 쪄놓으시고 생고구마를 말렸다가 그것으로 뺏때기죽이나 수제비를 끓여 놓으시는데 단연 최고는 전~!!

묵은지를 송송 썰어넣으시고 해물 좀 넉넉히 넣고 굽는 김치전, 정구지 잔뜩넣고 홍합을 다지고 땡초와 방아라는 향신료를 넣은 정구지전같은 전이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향수로 남아있다.

하여 지금 전을 부친다.
그 냄새라니.....
골목어귀부터 기름냄새가 진동하고 나는 기대감이 상승한다.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지글지글 익어가는 전.

어젯밤 눈이 쏟아졌다고 전 부쳐달라고 친구가 전화했다. 난 즐거운 맘으로 오징어 썰고 친정엄마가 챙겨주신 새우와 조갯살을 넣고 묵은 김치를 잔뜩 넣고 김치전을 부친다.

내 어린 시절 비오는날의 내 엄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