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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쓰기

아들이 자퇴를 했다.

by 삔녀 2021.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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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들의 자퇴를 처리하러 안성의 D대학을 방문했다.

여주의 대학에 항공정비과에 합격한 아들은 D대학의 기계공학과에 합격하니 후자를 선택했다.

모두들 항공정비가 훨씬 메리트가 있는데 왜 거길 포기하냐고할때 아들은 분명하게 말했다.
"항공정비는 항공만 다루기에 진학했다가 본인과 맞지않으면 어떻게 할수 없지만 기공은 기계전체를 다루기에 선택의 폭이 넓다"는 이유였다.

내 생각엔 이거나 그거나 기름 묻히는건 똑 같고 항공정비에 미련이 남았지만 아들 인생이니 아들 선택하게 했다.

1년을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서울에서 안성까지 열심히 다니더니 군에 입대를 했다.

입대하는 날까지 가기 싫어하는 아들이었다. 심지어 보름 먼저 입대한 형의 입대식에서도 아들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군에 전차 정비로 입대를 하고 1년 8개월 군복무가 끝나기만을 기다릴거라 여겼던 아들은 군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서 우리를 놀라게했다.

그러더니 지금 학교가 전문대라 독학으로 학사 공부도 해서 학점을 따고 있었다.
코로나로 4학년을 마무리 못했지만 시험을 치르러 갈 수 있게되어 통과가 되면 학사가 된다.

자기의 재능을 군에서 발견한 아들은 어디에서나 돋보이고 뛰어난 실력을 보여 칭찬을 받고 인정을 받게 되니 아들속에 웅크렸던 거인이 깨어났나보다.

전문하사를 지원해서 직업군인이 되었다.

지금은 단기하사로 4년인가 근무하게 되었고 이후 장기복무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때문에 학교를 더 이상 다닐수 없어 자퇴를 신청했다.

나는 아들이 셋이다.
큰아들은 어릴때부터 주변에서 챙기는 손길이 많아 과외를 같이하자던지 체험학습을 같이하자는 친구들이 많았고 학원도 다니면 성실하게 잘 다녀 집에 있을 때가 별로 없었다. 막내아들은 나이차이가 9살 나니 완전 아기라는 생각이었기에 나의 모든 짜증은 집에서 조용히 있는 둘째에게 쏟아졌었다.

큰아들때 열심히 친구 만들어주려고 쫓아다니다가 셋째가 태어나면서 입학한 둘째에겐 신경을 못쓰게 됐고 장난이 심하고 밝게 웃던 아이는 나의 짜증과 학업의 부진과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점점 웃음을 잃어갔다.

공부를 안하고 갈수록 어두워져가는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화가 폭발하여 폭력을 행사했던 적이 있다.
"죽고싶다"는 말을 듣고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리고 원인을 파해쳤더니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공부가 어렵고 못한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것을 알았다.

당장 패턴을 바꾸고 아이가 원하는것으로 방향을 틀고 변화를 줬더니 학교생활도 달라지고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의 실수는 큰애에게 맞다고 작은애도 맞을거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성향이 다른 아이들은 공부 스타일도 달랐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었다.

소심하고 조용한 아들은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군복무를 하더니 능력이 발휘됐고 아이를 인정해주는 정비 반장님과 선임들의 칭찬과 격려와 인정으로 밝은 빛을 찾아갔다.

교육을 가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적도 우수해서 본인의 만족감도 높아져갔고 운동을 꾸준히해서 몸도 날렵하게 만들어 외모도 점점 멋있어져갔다.

난 무지하면서 무지함을 인정 하지않았고 오만하게 공부하려고도 하지않았다.
아들은 그것을 탓하지않고 원망하지도않고 사랑한다 존경한다고 말해준다.

아들이 자퇴했다.
나는 아이의 선택을 지지하고 믿는다.